올드타운에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찾아보는 간판이 있다. 중국집. 내공이 있어 보이는 중식당이다. 올드타운의 노포 중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트렌디한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짜장면이다. 빈약하다 못해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내용물에 전분 범벅을 한 들쩍 찌 근한 짜장면이 아니다. 풍만하고 세련된 맛으로 꾸민 듯 안 꾸민 옛날 짜장면 말이다.

덕성각 옛날 짜장

각종 야채에 다진 고기와 깍둑 썰기한 돼지고기가 잔뜩 들어있다. 춘장에 잘 볶아진 짜장에 투박하게 썰은 삶은 감자 몇 조각이 툭하니 올라가 있다. 일명 ‘옛날 짜장’은 나에겐 최고의 트렌디 스타다. 면에 슥슥 비벼질 때 묻어나는 기름진 캐러멜 톤은 너무 자극적이다. 면이 품고 있던 열기와 어우러져 훅하니 올라오는 고소하고 달달한 향기는 섹시하다. 최소한의 전분으로 녹진하게 만든 소스는 포근하다. 입술 주변에 짜장을 묻히며 훅하고 면을 한 입 가득 빨아들인다. 부드러운 면의 촉감과 달콤한 짜장이 혀를 간지롭힌다. 우물우물. 옛날 짜장면을 천천히 우물거린다. 면과 야채와 다진 고기가 짜장 소스와 입 안에서 섞이며 맛을 더해간다. 꿀꺽. 목젖을 타고 보드랍게 넘어간다. 깔끔하다. 옛날 짜장은 거칠게 끈적이지 않는다. 그래서 트렌디하다. 이 멋진 맛에 어울릴 막걸리를 생각해본다. 투박하지 않은, 한 모금 벌컥 마셨을 때 입안이 달콤 개운해지는 그런 녀석. 뭐가 있을까? 그래, 이 녀석이 좋겠다. 호랑이 생막걸리다. 전통주 회사로 유명한 배상면 도가의 장녀가 만든 막걸리다. 디자인이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