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은 날이 있다. 인터넷 쇼핑을 떠돌다 사고 싶은 등산복을 싸게 살 때라던가, 동묘시장에서 상태 좋은 명품을 만난다던가, 돼지갈빗집에서 의외의 냉면 맛을 만났을 때 같은 경우 말이다. 이 녀석을 만난 날이 그랬다. 동네 마트 주류 코너를 습관처럼 둘러보다가 녀석을 보았다. 비싸 봐야 3,000원이면 충분한 동네마트 막걸리 진열장에서 무려 6,5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표를 붙이고 있던 이 녀석을. 전국구로 이름을 날리는 땅끝마을 막걸리, 해남의 해창막걸리다.
해창막걸리는 일반 막걸리와는 다르게 6도, 9도, 12도 세 가지 종류의 막걸리가 유통된다. 한정 수량으로 알코올 도수 18도의 롤스로이스 막걸리가 약 300병 정도 판매되기도 하는데, 가격이 무려 110,000원이다. 도대체 뭔 맛이길래 막걸리가 11만 원이나 하냐는 원성이 자자한데, 그 이유는 아직 마셔보지 못해서 난 모른다. 다만 6도짜리 막걸리 맛도 훌륭하니, 11만 원 막걸리는 어떨지 무지막지하게 궁금할 뿐이다.

첫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