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술 한잔만 받아줘요”. 봄이 끝나갈 무렵 데이비드 보위의 LP를 허접한 포터블 턴테이블에 올린다. 늙은 스피커에서 ‘Space Oddity’의 낡은 기타 소리가 울리나 싶더니 짙은 잿빛 아르마니 슈트에 지나치게 단정해서 오히려 퇴폐적인 골든 헤어를 쓸어 올리며 빛바랜 짝눈이 날 바라본다.

“뭔 일 있나 친구?”

“네. 형. 근데요 그렇게 스피커 위에 다리 꼬고 앉아 있지 말아요. 스피커 약해서 망가져요”